
경인방송을 둘러싼 끝없는 경영권 분쟁이 결국 지역 방송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법원은 주주 간 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갈등과 같은 주장, 같은 법적 공방이 반복된다면 지역사회는 더 이상 기대보다 실망과 불신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
방송사는 특정 개인들의 자존심이나 세력 다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지역 주민과 청취자들을 위한 공공 자산이며, 사회적 책임을 가진 공적 매체다. 그런데 지금의 경인방송은 방송의 미래와 콘텐츠 경쟁력보다 ‘주주들 간의 대립’ 문제만 반복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사 분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경인방송은 오는 2026년 말 재허가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방송의 공공성과 안정성, 경영 건전성은 재허가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분쟁이 계속 이어지고 내부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과연 정상적인 방송사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1심에 이어 2심까지 계약서 무효 소송이 잇따라 기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모적인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과 청취자들은 더 이상 이러한 혼란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나왔음에도 끝없는 충돌이 계속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조동성 경인방송 회장은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적 대응과 별개로 방송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권혁철 전 회장 역시 1심과 2심에서 계약서 유효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갈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양측 모두 경인방송의 미래와 조직 안정을 우선에 두고 주주들과의 협상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의 감정적 대립과 소모적 충돌이 아니라, 구성원과 청취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직원들은 불안한 조직 속에서 흔들리고, 청취자들은 지역 방송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방송의 경쟁력은 내부 권력 다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신뢰, 그리고 조직 안정에서 나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잊어버린 모습이다.
지금 경인방송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소송이나 또 다른 갈등이 아니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방송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다. 더 이상의 분열과 대립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공멸의 길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경인방송은 더 이상 ‘분쟁의 방송’이라는 오명을 안고 가서는 안 된다. 재허가 심사를 앞둔 지금, 지역 공공미디어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많지 않다.
IBS 인천방송 유태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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