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문화·관광 거점 조성과 원도심 활성화, 주거환경 개선, 광역교통망 확충을 아우르는 도시공간 혁신에 나선다. 개별 지역의 개발을 넘어 문화와 일자리, 주거, 교통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방문객이 머물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인천 도시공간 리메이킹(Remaking)’ 비전을 발표하고, ‘거쳐 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3대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즐거움이 머무는 도시(Life)’, ‘삶을 짓는 도시(Live)’, ‘1시간 생활권 도시(Link)’로, 문화·관광과 주거, 교통 분야의 변화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는 특히 2028년 G20 정상회의를 인천의 역사·문화·자연자원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고, 국제행사에 그치지 않는 장기적인 도시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첫 번째 전략인 ‘Life’는 지역의 문화·관광자원과 녹지공간을 연결해 시민의 일상에 활력을 더하고 관광객의 체류를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시는 ‘K-컬처 이음’, ‘인천로컬 이음’, ‘인천초록 이음’ 사업을 추진한다.
‘K-컬처 이음’은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와 제물포 개항장 일대, 문학경기장을 연결하는 문화관광 축이다. 최근 개발계획 변경 심의를 마친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는 영상 콘텐츠 제작과 실감미디어, 전시·컨벤션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 거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시는 사업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를 2조7천억원 이상, 고용 창출 규모를 1만3천여 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항장 일대는 역사·문화자원에 먹거리와 쇼핑, 체험 콘텐츠를 더해 관광 경쟁력을 높인다. 상상플랫폼과 인천역 주변의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인천역 광장 정비와 내항 재개발 등을 통해 관광객의 접근성과 보행 편의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 맛집을 소개하는 ‘인슐랭’ 지도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해 방문객이 지역 상권을 함께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문학경기장 일대는 공연과 e스포츠 등 K-콘텐츠를 집적한 ‘K-컬처파크’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시는 관련 국가 공모사업에 참여해 대규모 공연시설과 콘텐츠 체험·소비 공간을 연계하고, 구월2지구까지 상업·마이스(MICE) 기능을 확대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들 사업은 개별 관광지를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라에서 제물포와 문학을 거쳐 원도심 전역으로 방문객의 발길을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다만 시설 조성과 관광객 유치가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사업 추진 일정과 재원 확보는 물론 주변 상권, 대중교통, 보행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로컬 이음’은 지역 주민의 생활공간과 골목상권을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사업이다. 시는 부평 캠프마켓에 복합문화도서관을 조성하고 부평지하상가, 굴포천 카페거리, 부평깡시장 등을 연결해 지역의 문화와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관광 거점을 육성할 계획이다.
캠프마켓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공원과 생태교육 기능을 결합하고, 주변 상권과 연계해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전통시장별 특색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과 관광 안내 기능도 강화해 지역 상점의 참여를 확대할 방침이다.
중앙공원과 인천대로 등 도심의 녹지·보행 공간도 주변 문화시설과 상권을 잇는 연결축으로 활용한다. 시는 단절된 중앙공원의 보행 동선을 개선하고 부평에서 중앙공원, 문화예술회관, 로데오거리, 문학 K-컬처파크로 이어지는 문화 중심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대로 주변에는 원도심에 부족한 생활문화시설과 상업·문화공간을 확충하고, 복합문화도서관과 문화예술회관, 뮤지엄파크, 아트센터인천 등을 연계한 ‘클래식예술로드’ 조성도 추진한다.
‘인천초록 이음’은 둘레길을 역사·문화·생태자원과 연결해 관광과 지역경제를 함께 활성화하는 전략이다. 역사문화길과 식도락길, 섬길, 생태교육길, 친수길, 도시숲 이음길, 전통시장 탐방길 등을 조성해 인천 곳곳의 자원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묶을 계획이다.
주거 분야의 ‘Live’ 전략은 도시계획 규제를 개선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해 시민의 생애주기에 맞는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는 준주거지역의 용도·용적률 체계를 개편하고 고도지구 관리체계를 지구단위계획과 연계하는 등 도시개발 규제를 손질할 계획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개발 밀도를 차등 적용하고 군부대 이전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해 원도심과 유휴부지의 개발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는 행정 지원을 집중한다. 시는 선정된 6개 구역, 총 1만6천267호 규모의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총괄계획가를 배치하고 전문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통합심의 등을 활용한 ‘인천형 행정고속도로(Fast-Track)’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매년 1만 가구 안팎의 신규 사업 대상지를 선정해 정비사업을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주택정책은 공급 물량 확대와 함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시는 임대주택 공급과 자산 형성 지원을 연계한 ‘인천형 주거사다리’를 마련하고, 생활SOC와 가까운 곳에 주택을 공급해 주거 편의성을 높일 방침이다.
청년층을 위해서는 부평·계양·석남·검암 등 교통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한다. 기존 원룸 형태에서 벗어나 생활 편의성을 높인 분리형 주택 공급도 유도할 계획이다.
협동조합형 장기임대주택인 ‘이음주택’ 도입도 추진한다. 입주민이 운영에 참여하는 주택 모델로, 정부의 20년 장기임대 제도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구월2지구를 첫 공급 대상지로 제시하고,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자동주차와 에너지 절감형 설비, 안전 감지 기술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밝혔다.
전세보증금 피해 예방 대책도 포함됐다. 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자의 입주자 모집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해 청년 주거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과 운영기준을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 절차를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 번째 전략인 ‘Link’는 철도와 도로, 대중교통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민의 이동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철도 분야에서는 GTX-B 노선의 차질 없는 추진과 함께 GTX-D·E 노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청학역 신설 관련 절차를 추진하고 지역별 도시철도 확충 방안도 검토해 인천 내부와 수도권 주요 지역 간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도로망 확충 방안으로는 영동고속도로 확장과 소래IC 신설, 계양~강화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이 제시됐다. 동부간선도로와 중부간선도로 등을 연계한 순환도로망도 구축해 원도심 정비와 신규 택지 개발에 필요한 교통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천발 KTX의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 철도·도로·대중교통 간 연계체계를 강화하고, 고속버스 환승허브 구축도 추진한다. 중앙버스전용차로를 활용한 자율주행버스 도입으로 미래 모빌리티 실증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원도심 주차장을 확충하고 교통약자의 이동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시는 다인승 장애인콜택시 도입과 운영시간 확대 등을 통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강화하고, 학교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운행 금지구역을 확대해 보행 안전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GTX-D·E 노선 반영과 광역도로 확충 등은 국가계획 반영과 관계기관 협의, 예산 확보 등 후속 절차에 따라 추진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시민이 실제로 이동시간 단축을 체감하려면 철도·도로 사업뿐 아니라 환승 편의와 버스 연계, 역 접근성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박찬대 시장은 “K-콘텐츠와 일상의 매력으로 머무는 도시를 만들고, 규제혁신과 맞춤형 주택 공급으로 집이 아닌 삶을 짓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며 “촘촘한 교통망을 통해 1시간 생활권 시대를 열고 시민들에게 길 위의 시간을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비전은 문화·관광, 주거, 교통을 하나의 도시 발전 전략으로 연결해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의 재원과 추진 일정을 구체화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한편, 지역 상권과 교통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인천시가 내놓은 ‘머무는 도시’ 구상이 시민에게는 살기 편한 도시를, 방문객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IBS 인천방송 이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