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해구가 출범 100일을 맞아 민선 9기 구정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구재용 서해구청장은 재정위기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교육환경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다시 시작하는 서해구’를 강조했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재정난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직면한 만큼 향후 구정의 성패는 새로운 사업을 얼마나 많이 추진하느냐보다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해구 출범 100일을 맞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구재용 서해구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사진=서해구 제공
서해구는 지난 100일 동안 새로운 행정체계를 안정시키고 주요 현안의 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공약별 실행 가능성과 재원 대책을 검토해 민선 9기 공약을 확정하고, 재정운용 안정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세입과 세출, 주요 사업의 재원 상황을 점검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원스톱행정지원단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서해구가 마주한 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구청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확보하지 못한 필수경비가 약 25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력 운영비와 폐기물 처리비, 복지사업비 등 주민 생활과 행정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경비가 포함된 만큼 재정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신규 사업뿐 아니라 기본적인 행정서비스에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는 11월부터 실제 자금 집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분구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정산 문제도 서해구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다. 서해구와 검단구가 현재 논의하고 있는 정산 규모는 약 581억원으로, 분구 이전 기존 서구 재원으로 검단지역 사업과 출범 준비 등에 우선 집행한 비용을 정산하는 성격이다. 서해구는 지난 8월 검단구에 정산자료를 공식 전달했으며 양 구는 세입과 세출의 산정 기준과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구는 정산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하반기 필수 지출과 재정 운용에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위기의 원인을 두고도 서해구는 인천시의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충분한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구가 추진된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에 재정 부담에 대한 지원과 조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한편 국·시비와 특별교부세, 공모사업 등 외부 재원을 적극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사업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따져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불요불급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은 줄이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할 계획이다.
재정 문제와 함께 지역 간 균형발전도 서해구의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석남·가좌·가정 등 원도심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한 주차장과 공원,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 생활SOC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청라와 루원은 이미 조성된 도시 기반을 바탕으로 교통과 의료, 문화, 업무 기능을 보완해 도시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일부 정비사업에서는 진전도 있었다. 지난 7월 신현동 287-58번지 일원 약 7만8천㎡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며 가정동 5개 노후 아파트 단지의 종상향을 위한 관리계획 변경안도 인천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서해구는 정비계획 수립부터 심의와 인허가까지 사업 단계별 행정 지원을 강화해 주요 정비사업이 임기 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비구역 지정이나 심의 통과만으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청장 역시 임기 동안 주요 정비사업 가운데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곳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앞으로는 행정 지원의 횟수보다 사업이 실제 어느 단계까지 진척됐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서해구가 출범을 예고한 원스톱행정지원단의 역할도 주목된다. 재개발·재건축과 대규모 개발사업은 도시계획과 건축, 교통, 공원 등 여러 부서의 협의가 필요하고 인천시와 LH, iH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서해구는 원스톱행정지원단을 통해 관련 부서와 기관의 협의를 통합 관리하고 행정절차로 인한 불필요한 지연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청라와 루원 역시 개발사업 자체보다 주민 생활의 변화로 연결시키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서해구는 청라국제도시의 경쟁력을 활용해 중견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한편 루원시티에는 복합청사 등 공공·업무 기능 확충에 맞춰 관련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규모 개발이나 기업 유치가 실제 주민들의 일자리와 교통, 의료, 문화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과 교육 분야에서도 여러 공약이 제시됐다. 서해구는 ‘서해구형 청년청’ 설치를 추진하고 청년 공공기관 일자리와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월세와 첫 독립 이사비 지원 등을 통해 취업과 주거, 자립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기업과 연계한 일자리와 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AI 교육과 인턴, 취업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천마초 학교복합시설 공모 선정과 교육혁신지구 협력을 바탕으로 교육과 돌봄 인프라를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 국제학교 유치와 미래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한다. 그러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보다는 실제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교통 문제 역시 서해구민들이 직접 체감할 가능성이 높은 현안이다. 서해구는 광역교통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주요 생활권을 연결하는 대중교통망을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지만, 광역교통망은 인천시와 관계기관의 협의가 필요한 사업이 많은 만큼 구 차원의 행정력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구체적인 사업 일정과 재원 조달 방안, 관계기관 협의 결과를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서해구 민선 9기의 향후 과제는 공약의 숫자가 아니라 실행력을 입증하는 데 있다. 청년정책과 AI·로봇산업, 교육환경 개선, 원도심 재개발, 청라·루원 개발 등은 모두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과제지만, 현재와 같은 재정 상황에서 모든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하반기 필수경비 259억원의 공백과 검단구와의 581억원 정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규 사업을 확대할 경우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해구는 앞으로 공약별 사업비와 재원 조달 계획, 추진 일정, 연도별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주민들이 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재용 구청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현재의 어려움을 숨기거나 과장된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되 주민 안전과 복지 등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는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제 관심은 지난 100일의 성과보다 앞으로 1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구가 밝힌 대로 지난 100일이 새로운 행정 기반을 마련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기반이 실제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성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해구민들이 기대하는 변화는 거창한 구호나 새로운 사업의 발표에만 있지 않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에서는 사업이 실제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 청라와 루원에서는 교통과 의료·문화시설이 개선되는지,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인 일자리와 주거 기회가 제공되는지, 취약계층에게는 필요한 복지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 서해구의 취임 100일은 성과의 완성이 아니라 본격적인 검증의 출발점이다. 재정위기를 얼마나 신속하게 해소하고 제한된 재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그리고 구민들에게 약속한 사업을 얼마나 구체적인 결과로 만들어낼 것인지가 민선 9기 서해구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IBS 인천방송 이기신 기자